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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넋두리/아빠의 삶

아이의 아빠가 돼가는 과정

아이의 아빠가 돼가는 과정

딸내미가 올해로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절대 늙을 것 같지 않았던 내가 결혼을 하고, 불혹이 되고, 아빠가 됐다는 게 참...

2021.03.14 - [오늘의 넋두리/아빠의 삶] - 누군가의 남편이 된다는 것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지난 1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는데

쑥쑥 자라는 아이를 보면 섭섭한 마음에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빠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와이프는 아이를 가지려고 병원에 다니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몇 달이 지나도록 임신 소식이 들리지 않다 보니 와이프가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와이프를 안심(?)시켜 주려는 목적으로 나도 병원에서 비교적 간단한 검사를 받았고 남자에게 정말 치욕스러운 검사라는 전립선 검사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들었던 임신 소식에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사족이지만 내가 방문했던 병원은 비뇨기과랑 피부과 진료를 동시에 하는 병원이었는데, 여자 간호사에게 그것을 전달할때의 기분이란 참.... (지금은 아저씨지만 그래도 그 당시엔 나도 30대 초반이었으니까)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들이 이런 것 들이었는데

 

 

"아내 분 외에 관계하시는 여성분 몇 분 이신가요?"

 

 

당당하게 "없다"고 말하는 나를 바라보던 의사 선생님의 의심의 눈초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니라는데 나를 왜 그렇게 쳐다본걸까... 왜????? 도대체?????

 

아내의 임신기간

와이프가 나를 많이 배려해준 덕분이겠지만, 임신기간 중에는 큰 사건사고 없이 지나갔다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돌아보니 사건 사고가 많았네.

 

평소에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던 와이프가 임신 전의 2배~3배 정도로 식사량이 늘어난 덕분에 결국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에 바늘을 찔러가며 당 수치를 체크했고.

 

아이가 핑크색이 어울릴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내 표정이 변했다며 와이프가 펑펑 울었고.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이사도 했고.

 

와이프 만삭때는 교통사고까지 나면서 급하게 회사를 조퇴해서 병원으로 달려갔던 기억도 있었는데,

 

잠깐만 생각해도 이렇게 술술 나오는데 그다지 무난한 임신기간은 아녔구나(다들 이 정도는 하는 건가?)

 

출산 당일

나도 아빠라서 그런 건지 출산 당일의 기억은 아직도 정말 생생하다.

 

와이프 친구 부부들이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간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를 보려고 앉아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던 와이프가 배가 아프다며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을 했다.

 

이미 예정일이 며칠 지난 시점이어서 다행히 미리 준비해둔 가방을 들고나가려는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정말 대단한 게 그 상황에서도 와이프는 목욕을 하고 나오더라.

 

그렇게 와이프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 30분까지 대략 8시간 30분의 진통 끝에 지금의 딸내미를 건강하게 낳아줬다.

 

출산의 고통이라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연애할 때도 그렇고 임신기간 중에도 자기는 무조건 자연분만을 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와이프가 간호사 선생님들을 붙잡고 수술해 달라고 사정을 하더라 ㅎㅎ

 

다행히 간호사 선생님이 안된다고 단호박처럼 잘라 말해서 결국 무사히(?) 자연분만에 성공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산모들이 아가들을 꼭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고는 하는데.

 

현실은 그런 거 1도 없고 아기는 보는 둥 마는 둥, 아파서 울기만 하더라 ㅎㅎㅎ

응 이렇게 감동적인 모습은 아니었음 (최소한 우리 부부는)

 

사실 이때만 해도 내가 아빠가 됐다는 게 정말 1도 실감이 안 났는데, 엄마 뱃속에서 막 나온 딸내미가 너무 와이프랑 똑같이 생겨서 그랬던 건지 내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랬던 건지 계속 웃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자기는 무조건 아이를 셋 이상 낳을 거라고 말하던 와이프가 정신을 좀 차리고 나서 꺼낸 첫 마디가 더 압권이었지.

 

 

 

 

"여보 셋은 못 낳을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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